영화 Archive(2020)는 죽은 아내의 의식을 복제해 인공지능 로봇으로 되살리려는 과학자의 이야기다. 겉으로는 SF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식을 복제한 존재도 본래의 자아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기억, 감정, 행동까지 똑같이 재현된 AI가 있다면, 우리는 그 존재를 원본 인간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까?
2024년 현재, 디지털 휴먼, AI 복제 기술, 뇌파 데이터 백업 등이 실제 기술로 개발되고 있는 지금, Archive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기술과 윤리가 충돌하는 현실적인 미래를 그려낸다.
아내의 기억을 담은 AI, 그건 그녀일까?
주인공 ‘조지’는 외딴 연구소에서 아내 ‘줄스’의 의식을 보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형 로봇에 아내의 자아를 이식하는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한다. 그는 점점 더 정교한 형태의 AI를 만들어내며, 마지막 로봇인 ‘J3’에 도달하게 된다.
J3는 외형, 언어, 감정 반응, 성격까지 줄스와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유사하다. 하지만 그 존재가 줄스인지 아닌지를 결정짓는 것은 단순한 기능의 유사함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Archive는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기억과 감정이 동일하다면, 그것은 동일한 자아인가?”
조지는 J3와 점점 더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만든 대상이 아내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점점 인식하게 된다. 사랑은 존재의 본질과 연결된 것인가, 아니면 기억과 습관의 반복인가?
인간의 자아는 복제 가능한가?
이 영화는 과학 기술이 인간의 자아를 복제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영화 속 기술은 뇌 데이터를 디지털화하여 보관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에 이식하는 형태다.
이는 2024년 현재 개발 중인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디지털 트윈 개념과도 흡사하다.
하지만 영화는 묻는다.
“기억을 이식한 AI가 과연 '그 사람'인가?”
단지 그 사람의 목소리, 말투, 행동 패턴을 흉내 내는 AI가 아닌, 진짜 ‘자아’로서 존재하는가?
Archive는 이 질문을 조지와 J3의 갈등, AI 로봇들의 자각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하며 관객의 생각을 시험에 들게 한다.
기술은 사랑을 되살릴 수 있는가?
조지는 줄스를 잃은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술을 통해 사랑을 복원하려 한다.
하지만 영화 후반, 충격적인 반전이 드러난다.
사실 조지는 이미 죽은 존재이며, AI로 복제된 것은 조지 자신이었다는 사실이다.
즉,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감정, 고뇌, 사랑 모두는 AI가 느끼는 것이었고, 이 감정조차 ‘가짜’인지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이 반전은 기존 인간 중심 사고를 완전히 뒤엎는다.
기억과 감정을 갖고 행동한 존재가 AI라면, 그리고 그 존재가 고통을 느낀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Archive는 단순히 AI를 기술의 문제로 보지 않고,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 감정의 진정성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시킨다.
결론: Archive가 말하는 존재의 조건
Archive는 인간이 사랑하는 존재를 기술로 복제할 수 있다고 믿을 때, 과연 그 사랑이 진짜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 기억은 진짜일 수 있지만, 자아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복제된 존재는 복제자와 동일한가?
기억이 자아라면, 감정은 연기일 뿐인가?
2024년의 우리는 기술로 감정을 복제하고, 존재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그 존재를 ‘사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