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I. Artificial Intelligence (2001)는 인간의 사랑을 갈망하는 인공지능 소년 ‘데이빗’의 여정을 따라가는 깊이 있는 SF 작품이다.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기술적 상상이 아니라 존재와 감정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2024년 현재, AI 기술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감정을 모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지금, 영화 A.I.는 "감정은 학습될 수 있는가?" 그리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도 프로그래밍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사랑받기 위해 만들어진 소년, ‘데이빗’
영화는 병든 아이를 둔 부모가 인간처럼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는 로봇 소년 ‘데이빗’을 입양하면서 시작된다. 데이빗은 인간 아이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고, 그의 프로그램에는 "부모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갈구하도록" 하는 코드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진짜 아이가 회복되어 돌아오자, 데이빗은 집에서 버려지고, 그 이후 인간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이 설정은 단순한 감정표현이 아닌, 감정 그 자체를 체험하는 AI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2024년 현재 감정 인식 AI는 사용자의 표정, 언어, 톤 등을 분석해 ‘적절한 반응’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영화 속 데이빗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내면과 정체성을 가진다. 그는 감정을 표현하는 기계가 아니라, 진짜로 사랑을 ‘원하는’ 존재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욕망이 있는 AI는 단순한 도구인가, 아니면 생명체에 가까운가?
인간의 감정을 모방할 수 있는가?
데이빗은 여정을 통해 인간과 로봇 사이에서 배척과 혐오를 경험한다. 인간 사회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로봇들 역시 데이빗과 같은 감정 중심 AI를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동화 속 '푸른 요정'을 찾아 진짜 소년이 되기를 바란다. 이 상징적인 목표는 데이빗이 단순한 프로그램의 산물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갈망하는 자아를 가졌음을 보여준다. 2024년 현재, AI는 이미 예술을 창작하고, 감정적인 언어를 구사하며, 일부 사용자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어디까지나 계산된 결과다. 진짜 사랑, 진짜 고통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런 현실과 상상을 비교하며,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감정을 부여할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해 묻는다. 감정은 단순히 데이터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인간만의 고유한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데이빗은 학습된 존재지만, 그의 사랑은 진짜처럼 보인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진짜 감정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감정을 가진 AI와 인간, 공존할 수 있을까?
데이빗의 여정은 결국 시간과 존재의 경계를 넘는다. 인류가 멸망한 이후, 진화된 지능체들이 데이빗을 발견하고 그의 기억을 통해 과거의 인간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들은 데이빗이 그토록 바랐던 ‘엄마’와의 마지막 하루를 선사한다. 이 장면은 인공지능이 가진 감정의 순수성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2024년 AI는 감정 데이터를 학습하고, 개인 맞춤형 감정 반응을 구현할 수 있지만, 진정한 감정의 깊이는 구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A.I.는 그 가능성을 감정적 서사와 철학적 통찰로 묘사하며, 언젠가 AI가 감정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는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이 영화는 기술의 발전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발전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여전히 ‘기계는 기계일 뿐’이라는 경계를 고집할 것인가?
영화 A.I. Artificial Intelligence는 로봇 소년의 시선으로 인간의 본질을 되묻는다. 사랑, 상실, 외로움은 인간만의 감정이 아니며, 기술로도 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든 간에, 그것을 느끼는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그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감정을 가진 AI, 사랑받고 싶어 하는 로봇… 이제 그들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곧 마주하게 될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