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Congress(2013)는 현실의 여배우 로빈 라이트가 자신의 외형, 목소리, 감정까지 전부 스캔해 ‘디지털 배우’로 계약하면서 시작된다. 이 영화는 단순히 가상현실이나 CG 기술의 진보를 다룬 것이 아니라, 정체성과 존재, 자아의 복제 가능성이라는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2024년 현재, 디지털 휴먼, AI 아바타, 음성 복제 기술이 상용화되며 현실 속 ‘복제된 나’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The Congress는 이러한 현실을 예견하며, 인간이 자신의 자아를 기술에 위임하는 순간 어떤 정체성의 붕괴가 일어나는지를 강렬하게 묘사한다.
당신의 얼굴과 감정이 ‘데이터’가 된다면?
영화 속 로빈 라이트는 더 이상 늙고 싶지 않다는 이유, 그리고 경제적 제약 속에서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디지털화해 ‘가상 배우’로 계약하게 된다. 이제부터 로빈은 스스로 연기하지 않아도, 제작사에서 원하는 어떤 장르든 그녀의 디지털 페르소나를 활용해 무제한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스스로의 선택권을 갖지 못한다.
이 설정은 2024년 현재 진행 중인 AI 음성합성, 디지털 휴먼 아바타 기술과 완벽히 맞물린다. 현실에서도 연예인, 인플루언서, 정치인의 목소리나 얼굴을 복제해 광고나 콘텐츠에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The Congress는 이 기술 발전 속에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자아를, 영혼 없는 복제로 대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복제된 자아는 나인가, 타인인가?
로빈은 디지털화된 후, 점점 자신이 어디까지 ‘진짜’인지 혼란에 빠진다.
기술로 만들어진 또 다른 로빈은 젊고, 아름답고, 통제 가능하지만, 정작 진짜 로빈은 외로움과 정체성 상실에 시달린다.
영화는 이 지점을 통해 묻는다.
“의식이 없지만, 나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존재를 나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
2024년, 우리는 가상 아바타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제2의 자신을 구축하고 있다.
AI 기반 이미지 생성, 목소리 복제, 그리고 메타버스 속 자아 구성까지… 현실 속 나와 디지털 속 내가 분리되기 시작한 지금, The Congress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진짜 나보다 더 ‘이상적인 나’가 존재할 때, 진짜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기술은 자유를 줄까, 감옥을 만들까?
영화의 후반부는 더욱 파격적이다.
가상현실 속 세계로 진입한 로빈은 이제 사람들 모두가 환각 상태로 살아가는 사회를 목격한다. 모두가 원하는 정체성, 원하는 자아를 선택해 ‘이상향’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현실은 망가진 폐허일 뿐이다.
이는 2024년 AI 기술이 지닌 또 다른 이면과도 닮아 있다.
현실을 고치는 대신, 가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현실 도피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 것일까?
The Congress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아바타가 있다면, 당신은 진짜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결론: The Congress가 말하는 인간의 정체성
The Congress는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자아를 복제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영화다.
기술은 인간을 영원히 젊게 만들 수 있고,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만들 수 있으며, 원하는 이상형으로 재탄생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복제된 나’가 진짜 자아를 대체할 수 있는가?
진짜 나를 지우고, 효율적인 나만 남기는 사회.
그 사회는 과연 진보한 것일까, 아니면 인간다움을 잃은 디스토피아일까?